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그러니 그대 사라지지 말아라 / 시인 박노해

그러니 그대 사라지지 말아라 안데스 산맥의 만년설산 가장 높고 깊은 곳에 사는 께로족 마을을 찾아가는 길에 희박한 공기는 열 걸음만 걸어도 숨이 차고 발길에 떨어지는 돌들이 아찔한 벼랑을 구르며 태초의 정적을 깨뜨리는 칠흑 같은 밤의 고원 어둠이 이토록 무겁고 두텁고 무서운 것이었던가 추위와 탈진으로 주저앉아 죽음의 공포가 엄습할 때 신기루인가 멀리 만년설 봉우리 사이로 희미한 불빛 하나 산 것이다 어둠 속에 길을 잃은 우리를 부르는 께로족 청년의 호롱불 하나 이렇게 어둠이 크고 깊은 설산의 밤일지라도 빛은 저 작고 희미한 등불 하나로 충분했다 지금 세계가 칠흑처럼 어둡고 길 잃은 희망들이 숨이 죽어가도 단지 언뜻 비추는 불빛 하나만 살아 있다면 우리는 아직 끝나지 않은 것이다 세계 속에는 어둠이 이해할..

Today review/문화 2021.04.05

나무. 천상병_그 나무는 썩은 나무가 아니다.

사람들은 모두 그 나무를 썩은 나무라고 그랬다. 그러나 나는 그 나무가 썩은 나무가 아니라고 그랬다. 그 밤, 나는 꿈을 꾸었다. 그리하여 나는 그 꿈속에서 무럭무럭 푸른 하늘에 닿을 듯이 가지를 펴며 자라가는 그 나무를 보았다. 나는 또다시 사람을 모아 그 나무가 썩은 나무가 아니라고 그랬다. 그 나무는 썩은 나무가 아니다. - 천상병, ‘나무’

Today review/생활 2020.12.23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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